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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월 인터뷰 ON (1) 국립과천과학관 이정모 관장님

  • 등록일

  •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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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 252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세상을 명랑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갖기 위해서

문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삶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

들어가며

본행사 마지막 날인 925일에 원주시립중앙도서관에서 국립과천과학관 개관 이래 첫 민간 출신 관장을 맡고 계신 이정모 관장님의 단단한 삶을 위한 과학적 태도주제 강연이 있었다. 유쾌하고 명쾌한 관장님의 강연을 통해 과학이 세상을 좀 더 합리적이고 명랑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를 자처하시는 관장님께서 과학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일상의 언어로 들려주시는 생활 속 과학이야기들은 원주시립중앙도서관 강당에 모인 청중들의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모든 학문의 기초는 문학이기 때문에 반드시 문학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시는 관장님을 뵈니 깊어가는 가을, 문학작품 한 편쯤 정독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국립과천과학관에 대해 소개 간단한 부탁드립니다.

국립과천과학관(國立果川科學館, Gwacheon National Science Museum)’은 기초과학·응용과학·자연사 및 과학기술사 등에 관한 자료의 수집·보존·연구·전시 및 교육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속기관입니다. 과학관 본관은 비행체 모양의 미래 지향적 외관으로, 천체관은 '수면 위의 구'의 형태로 설계되었습니다. 기초과학관, 자연사관, 전통과학관, 첨단기술관, 어린이탐구체험관, 명예의 전당 등의 상설전시관과 특별전시관, 실험실습실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전시물은 체험 중심으로 전시·운영되고 있습니다. 천체관의 돔 내부에는 지름 25m의 천체투영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147개의 과학관이 있는데 가장 크고 좋은 과학관입니다. ‘과천과학관그러면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서울역에서 25분 사당역에서 9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

Q 어린 시절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어릴 때는 과학에 전혀 관심 없었고, 심지어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도 과학에 관심 없었어요. 대학에 갔을 때도 생화학과에 대해 잘 모르고 갔기 때문에 과학수업은 들었지만 과학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나중에 직업을 정할 때가 되어서야 ! 이제는 과학자의 길을 가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유학 가서 그때부터 과학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었어요. 특히 독일의 도서관, 독일의 서점에 엄청나게 많이 꽂혀 있는 교양 과학서적들을 보고서 처음으로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과학을 전공했지만 과학에 관심이 없었는데 교양 과학서를 통해서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볼 수 있죠.

Q 과학에 관심을 갖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과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21세기를 살기 위해서는 뭔가 과학계를 좀 문화로 좀 즐길 수 있어야 됩니다. 이럴 때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대화법이나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삶의 태도, 이런 것들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들의 대화법은 3단계로 돼 있는데, 첫 번째가 상대방 말을 내가 다시 한 번 설명해 봐요. 내가 상대방의 말을 오해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요. 그 다음에 두 번째로 칭찬합니다. 일단 칭찬을 깔고 시작해요. 세 번째가 그러면서 살짝 상처를 줘요. 상대방의 말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데 아주 구체적으로 살짝만 상처를 주죠. 이렇게 대화를 하는 이유가 뭐냐면 과학의 기본적인 태도가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의심하고 질문할 때 그렇게 칭찬을 깔고 하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런 대화법이 있는데 이런 대화법의 기본적인 자세는 겸손함이에요.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겸손한 태도들은 아주 구체적이거든요. 자신의 지식과 본능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이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것이자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기존에 가졌던 생각을 기꺼이 바꿔버리는 거예요. ‘난 천재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고 모르는 게 많더라도 그걸 인정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얘기를 하는 거예요. 이건 아주 어려운 과정이에요. 그 전에 자신이 평생 가졌던 생각을 바꿔야 하니까요. 근데 이걸 못하기 때문에 이걸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적인 태도를 갖는 게 아닌 거죠.

Q 관장님께서 쓰신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제목처럼 정말로 과학이 어렵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과학. 어렵죠. 옛날과 달리 과학의 폭이 되게 넓어졌어요. 천문학을 하는 사람을 예로 들자면 광학, 천문, 광학 현미경, 광학망원경 이제 광학 천문학을 하는 사람이 있고 전파 천문학을 한 사람이 있는데 서로 말이 안 통해요. 전파 천문학의 경우 그 빛의 파장만 달라져도 아주 다른 세계입니다. 그래서 의사라고 해도 백신과 바이러스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못한 경우도 되게 많아요. 과학의 폭이 넓고 깊어졌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니라면 사실 되게 어렵습니다. 칼 세이건 선생님은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했어요. 우리가 과학을 지식이라고 생각한다면 쫓아가지 못할 겁니다. 과학이 생각하는 방법이라면 우리는 그 태도를 가지면 되는 거죠. 과학은 의심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넘어올 때 가장 중요했던 발견이 목성에서 달을 4개 발견한 거였어요. 근데 지금은 목성의 달이 79개입니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지식을 갖고 있죠. 과학은 진리가 아니고 잠정적인 답이니까 우리가 겸손할 수 있는 거죠.

Q 강연에서 문학책 읽기에 대해 강조하셨는데, 독서의 가치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경험은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실패를 해보고 나서 회복탄력성을 갖게 되는 거예요. 근데 우리가 삶에서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그래서 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은 실패를 전제로 해요. 실패가 없으면 문학은 성립하지 못하니까요. 우리가 문학책을 읽을 때는 제3자로서 읽지 않고, 주인공과 동일시하여 책을 읽기 때문에 주인공이 좌절할 때 독자도 좌절하게 돼요. 하지만 결국에는 그 문제를 해결을 하고 다시 성공할 수도 있고 그냥 끝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회복은 합니다. 그러니까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내 삶의 실패와 회복의 경험을 갖게 됨으로써 내 삶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내 삶을 좀 탄탄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Q ‘내 인생 최고의 소설을 꼽으신다면?

인생의 책은 계속 바뀌더라고요. 저는 어릴 때는 김동인 젊은 그들이런 거 좋아했어요. 그 때는 일제강점기 생각하면서 내 역사로 받아들였던 것 같고요. 한때는 도스토예프스키 완전히 빠져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뭔가 번민할 것이 필요했는데 그 번민을 나한테서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도스토예프스키가 소설에서 번민을 던져줌으로서 내가 번민을 한 후 훌륭한 청소년으로 자라게 해줬던 것 같아요. 요즘은 김탁환 선생님의 백탑파 시리즈를 제 인생의 소설로 꼽을 수 있습니다. 김탁환 선생님의 백탑파소설은 이 세상을 좀 더 합리적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때 백탑파처럼 내가 뭘 할 수가 있을까?’ ‘내 앞에는 어떤 장벽이 있을까?’ ‘나는 어떤 과학적인 요소 써야 되지?’ 뭐 이런 것을 생각하면서 충분히 재미있게 경험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 어린이들에게 과학책 읽기를 장려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사실 아이들에게 과학책 별로 장려하지 않고요. 학습만화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학습만화 추천하면 , 무슨 학습만화를 읽으세요?’ 그러는데, 과학이 기본적으로 어렵잖아요. ‘그 어려운 과학을 어렵게 쓰인 글로 읽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을 알기 전에 몇 가지 지식을 가져야 되는데 그 지식을 가지는 방법이 너무 어려운 거예요. 학교 수업보다도 더 재미없는 독서법으로 아이들이 그 세계에 갈 수가 없죠. 엄마, 아빠가 계속 어려운 과학책 사주는 것 때문에 아예 과학과 더 멀어지는 경우 많이 봤거든요.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과학책을 읽지 않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초등학교 1학년이나 2학년까지는 과학책이 필요 없습니다. 교과 과정에도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과학이란 과목이 생겨요. 그 과학이라는 게 무슨 원리가 있는 게 아니라 단순한 지식들을 막 던져주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세계의 그 훌륭한 교육학자들이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과학이 필요가 없어라고 해온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 억지로 우리가 막 넣어주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애가 좋아서 유튜브를 찾아본다든지 아니면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서 읽는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지식을 쌓아가면 되는 건데 뭔가 체계를 주기 위해서 원리가 잔뜩 있는 책을 주문해서 교육 과정에도 맞지 않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오히려 과학과 멀어지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과학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명랑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그런 태도를 갖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Q 오늘 강연 "단단한 삶을 위한 과학적 태도"의 핵심내용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다! 과학은 생각하는 방법이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되어 있는 것을 과학적으로 보면 훨씬 더 연결이 잘 보이기 때문에 내 삶이 더 명랑해질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독서대전처럼 큰 행사 이후 독서문화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일상화 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독서대전이라는 큰 잔치를 쫙 벌였잖아요. 예전에 1년에 한번 설날이나 추석 때 잔뜩 고기 먹었잖아요. 그때보다 지금 맨날 고기 먹을 수 있는 지금이 훨씬 윤택하다 생각하잖아요. 이런 독서대전을 멋지게 하고 난 뒤에는 이게 일상적인 문화가 되면 제일 좋은 거죠. 이게 일상적인 문화가 못되니까 큰 잔치를 벌였잖아요. 이 잔치를 일상화하고 그 다음에 더 큰 잔치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내년에는 이 독서대전이 고양시에서 열리게 됩니다. 고양시 시민으로서 많은 분들이 고양시를 찾아주길 바랍니다.

본행사 강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