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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7월 인터뷰 ON (3) 원주수필문학회장 문혜영 작가님

  • 등록일

  •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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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타인의 여정을 통해 공감하고 배우며

결국 를 찾아가는 여정에 도움을 받는 일

들어가는 말

한여름 더위가 턱 밑까지 느껴지는 날씨였지만 문 앞까지 나와서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신 문혜영 작가님 덕분에 상쾌한 기분으로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나지막하고 조용한 톤이었지만 목소리에는 소신이 담겨있었고, 40여 년을 문학인으로 살아오신 분답게 어조에는 분명한 힘이 실려 있었다. 문학과 삶에 대해 말씀해주시는 것을 듣고 있자니 작가님께서 삶을 대하는 방식이 매우 자유롭고 지혜로우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적인 시각으로 보면 애면글면하는 사랑도, 전전긍긍하는 목숨도 모두 한바탕 꿈이라고, 조금 길게 꾸거나 조금 짧게 꾼 꿈이라고 하시며 빙그레 웃으시는 모습을 뵈니 시간이라는 강물의 물살을 지나온 문혜영 작가님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러니 지금 힘든 시간들 앞에 서 있다고 해도,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 것.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지 아니 않던가!

Q 작가님의 작품 키워드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등학교 교과서가 검인정으로 바뀌기 전(7차 국정 교과서 개정판), 중학 국어 국정교과서에 수필 어린 날의 초상이 게재되었어요. 저는 그 작품을 쓴 작가입니다. (웃음) 수필집으로는 언덕 위에 바람이,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고통을 알리, 시간을 건너오는 기억등이 있고, 수필 선집 바닥의 시간, 시집 겁 없이 찬란했던 날들을 출간한 수필작가입니다.

Q 2021년도에 출간하신 수필집 시간을 건너오는 기억으로 제14<조경희수필문학상>을 수상하셨는데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수필집 시간을 건너오는 기억은 제가 10년 만에 출간한 저서입니다. 감사하게도 올해 이 작품으로 두 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4월에 제15<한국산문문학상>을 받았고, 또 올해 제14<조경희수필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조경희수필문학상>은 우리 수필문학인들에게는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일이라 할 만큼 영예로운 상이어서 누구나 다 소망하는 상이지만, 저는 기대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1초에 50번 날갯짓하는 벌새처럼, 눈 뜨고 자는 물고기처럼 무모하리만큼 기운을 소진하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제게 허락된 시간의 문이 언제 닫힐지 몰라 깨어있는 순간순간이 너무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조경희수필문학상>은 문학 인생 40년의 결산이면서 또한 열심히 살아온 모든 날에 대한 보상인 듯 느껴져서 기쁨의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그 여운으로 앞으로의 날들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합니다.

조경희수필문학상 트로피와 한국산문문학상패

Q 수필집 시간을 건너오는 기억이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작가님 인생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몇 줄로 표현해 주시겠어요?

시간을 건너오는 기억은 제 삶의 현주소라 할 수 있습니다. 저를 키워낸 건 시간이라는 강물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 실린 글들은 물고기를 키우듯 저를 성어로 자라게 한 시간에 대한 감사의 시편이며,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14<조경희수필문학상>을 받게 된 심사평과 함께 책 소개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님의 심사평으로 책 소개를 대신하려 합니다.

작가의 심리적 감각을 여러 곳에서 보여준 근자 최대의 수확이자 결실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집이 우리 수필문학의 예술성을 한 차원 높여준 탁월한 성과라고 의견을 모았다. 문혜영 수필집의 테마는 제목에서 환기하듯이 시간에 있다. 스스로 노경에 접어든 작가의 경륜이 작품집 전체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다. 작가 스스로도 세월, 사랑, 투병, 인연, 문학으로 갈래를 나누어 시간이 허락한 기억과 삶의 심층을 은은하게 들려주고 있다. 때로는 진솔한 고백으로 때로는 섭렵을 통한 지성적 온축으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작가의 필치는 참으로 단아하고 투명하다. 특별히 문혜영의 문장은 가독성을 온전하게 높이면서 다가오는 한 법례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된다. 올해로 등단 40년을 맞은 중진으로서 작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스스로의 경험적 사유와 감각을 통해 우리의 심장과 귀를 더없이 훈훈하게 해준다. 이러한 경지는 1인칭 고백 장르로서의 수필문학에 첨예한 꼭대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이번 작품집에는 작가의 존재론적 기운을 이루는 무수한 순간들이 빛을 발하면서 그의 수필 세계 전반을 따듯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문혜영 작가가 선사하는 영혼의 밥은 우리에게 통증을 꽃으로 피우며 넘어선 이의 아름다움까지 덧입게 해준다. 숱한 난경을 힘겹게 건너온 의지 하나만으로도 문혜영의 수필은 긍정의 미학을 담아낸 예술적 정점으로 오래도록 기록 될 것이다. 우리는 문혜영 작가의 이러한 지속적 창작 과정과 결과에 조경희수필문학상이라는 응원과 격려가 얹혀도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조경희선생의 수필 미학이 적정한 후예를 얻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Q 40년간 문학의 길을 걸어오셨는데 문학이 작가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문학은 전쟁의 상처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향 원산을 떠나오면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어린 나이어서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버지의 부재는 현실적, 정서적 결핍을 낳아 제 속의 숱한 바람을 품게 했습니다. 지극히 내성적이어서 마음을 달리 표현할 길 없던 저는 문학으로 감수성을 다스리며 흔들리는 돛배의 중심 잡기를 했습니다. 결핍이 낳은 외로움, 그리움, 서러움이 자연스럽게 제 글에 무늬를 이루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저를 키워낸 것은 시간이라는 강물입니다. 물고기를 키워내 듯 결을 만들며 저를 키웠습니다. 열심히 헤엄쳐도 항상 제자리에서 맴도는 치어 같았습니다. 그런데 두 차례 찾아온 암으로 협곡 두 번을 곤두박질치다가 깨어나니 어느새 강어귀입니다. 거친 물살은 저를 치어에서 성어로 자라게 한 모양입니다. 예전엔 속울음을 글로 풀면서 온 강물이 눈물이구나!’ 했는데

이젠 온 강물이 웃음이구나!’ 합니다. 온통 저를 짓누르던 결핍, 고통조차 삶을 배워가는 선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나브로 제 글의 무늬도 사랑, 감사로 바뀌는 중입니다. 삶은 '(')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시간의 그림자 같은 것이겠지요. 삶이 비록 환영이라 해도 아니 태어났으면 그마저도 모를 뻔했습니다. 깨어있는 매 순간이 제겐 기적이며 경이로움입니다. 숨을 허락해주시는 날까지 가슴에 차오르는 가장 소중한 키워드인 사랑과 감사의 기억들을 글로 남기려 합니다. ‘(')’이 결코 슬픔의 환()’만이 아니라 기쁨의 환()’이기도 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Q 2004년부터 십여 년간 인천중앙도서관에서 문예창작을 강의하셨고, 또 원주에 오셔서는 원주시립중앙도서관에서 문예창작 강의로 후학을 양성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도서관과 인연이 많으신데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도서관과 인연이 많습니다. 오늘날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보관하고 열람하는 장소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창출하고 리드하는 공간으로 이미 자리 잡고 있음이 참 반갑습니다. 저에게도 도서관은 하루라도 들르지 않으면 뭔가 아쉬워지는 공간이 되었는데요. 시민들의 지적 욕구와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창의적 프로그램과 함께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열린 공간으로 점점 더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각 지역 도서관이 주축이 되어 활발하게 강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현대인의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데 도서관의 역할이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Q 원주시립중앙도서관에서 수필창작반을 운영하시면서 <원주수필>을 창립하고 원주수필 창간호에 이어 2집까지 발간하셨는데 그 의의와 활동 내용을 알고 싶습니다.

제가 원주로 이사한 것이 2011년도입니다. 이사한 뒤로는 원주시노인복지관에서 문예창작 강의를 하며 <동악수필문학회>를 이끌었고 동인지가 지난해 9집까지 발간되었습니다. 노인복지관은 아시다시피 65세 이상 노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였지요. 그 때 당시 원주는 사실 수필의 불모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시민을 위한 열린 수필강좌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주문협에도 등록된 수필가가 소수였습니다. 원주에도 수필문학의 뿌리를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원주수필>은 코로나 시국이어서 비대면 강좌와 대면 강좌를 번갈아 하는 중이었지만 욕심을 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강생중심으로 <원주수필>을 창립하였고 창간호에 이어서 제2집까지 발간하였습니다. ‘원주수필이란 나무는 한 사람의 힘만으로 크게 자랄 수는 없습니다. 어렵게 시작한 이 뿌리내림이 단단한 결실을 얻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원주수필

Q 수필의 매력이 무엇이며 좋은 글이란 또 어떤 것일까요?

유성호 교수님이 <조경희수필문학상> 심사평에서 말씀하셨듯이 수필은 1인칭 고백 장르로서 자신의 삶을 소재로 풀어가는데 매력이 있습니다. 살아온 날들 곳곳에 상처가 옹이처럼 박혀 있고, 풀어내지 못한 슬픔도 또 울음도 우물처럼 고여 있습니다. 문학은 시간의 마술사가 되는 일로 어느 시점이든 마음 향하는 시점을 불러와 거기 머무는 서사를 재구성하는 창작 행위가 특히 수필의 매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필은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문학으로 내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을 불러와 풀어주는 일입니다. 가벼워지고 편안하게 하는 문학. 그것이 수필 문학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수필 지도를 하고 있으며, 자기 성찰을 통해서 글재주만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 조금씩 성장하는 면모를 보일 때 좋은 글이라 격려하고 있습니다.

Q 원주 <한 도시 한 책 읽기> 도서 선정위원장으로도 활동하셨는데, 작가님께서 한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선정 위원장을 맡았던 때는 너무 독서를 많이 해서 망막 출혈이 될 정도였습니다. 제가 아주 고지식하게 책을 읽었거든요. 곳곳에서 추천하는 책을 매일 한 권씩 독파하면서 몇 달간을 독서에 파묻혀 지내곤 했습니다. 한 도시 한 책을 고르는 작업은 쉽지가 않습니다. 우선 어린 학생들로부터 노령층까지 모든 연령층이 다 공감할 수 있어야 하므로 난해하지 않아야 하고,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고민이나 외면하고 있는 문제를 진정성 있게 접근하거나 그런 메시지들이 담겨있는 작품들을 선정을 하였습니다.

Q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독서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우리는 모두 여행자라고 하죠. 결국 이란, 낯선 시간 여행인 셈입니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그 여정에서 많은 지침을 주고 방향성을 알려주는 이정표 같은 거겠죠. 책 속에 있는 타인의 여정을 통해 공감하고 배우며 결국 자신을 찾는 여정에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꼭 필요한 일이죠.

Q <2022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류의 삶을 이끄는 지표는 문학의 융성과 관련돼 있습니다. <2022년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문학 올림픽으로 계속 그 불길을 지속해 주기를 바랍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말, 우리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더 알리는 계기가 되고, 실질적으로 우리 삶을 문화적으로 더 윤택하게 끌어 올릴 수 있는 무브먼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작가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