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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릴레이

모두에게 밝았으면 하는 밤

  • 등록일

  • 2022-06-22

  • 등록자

  • 박*순

  • 조회수

  • 142

페미니즘 발언이 조심스러운 시대다.

그래서 페미니즘 소설도 아직은 조심스러운 시대다.

물론 예전만큼 여성수난사의 소설이 크게 논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 내용에 대해 남자들과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성의 특징으로 겪은 수난과,

여성이 살기 어려운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한 페미니즘 논쟁으로 분류하면 안 될 것 같다.

그건 그냥 삶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84년생 김지영'의 삶도, '파친코의 선자'의 삶도, '밝은 밤의 삼천이'의 삶도

남녀의 차별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참 안타까운 삶이다.

'삼천이'와 '새비' 그리고 '희자'와 '영옥이' 그리고 '엄마'와 '명희 아줌마' 그리고 '나'와 '지우' 이렇게 횡으로 이어진 끈끈한 우정으로 감정을 치료하고 자신을 세웠다.

사람 '인'자가 왜 사람과 사람이 기댄 모습으로 만들어 졌는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사람이 사람과 기대어 사는 것은 삶의 진리같다.

또한, 오랜 시간 쌓여 온 영옥과 엄마, 그리고 엄마와 나 사이의 어색한 모습이 위태로운 상황을 반복하다 한순간 화해한 모습에 모녀지간의 삶을 느낀다.

참 친하면서도 어려운 모녀지간. 하지만 딸이 아이를 낳고 나이를 들며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연민을 느끼는 삶 말이다.

일제강점기도 아니고 전쟁중도 아니고 할머니의 할머니대에 비하면 지금은 물리적으로 여성들이 살기 좋은 시대가 맞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여자로서 느끼는 피로가 많다.

그에대한 불평을 꽤 많이 했더랬다.

왜 여자는 예쁜게 좋은 건지. 왜 원치도 않는데 여자라고 주변에서 보호해주려 하는지. 왜 그런 음흉한 눈으로 나를 보고, 그런 시선을 비난했다고 비난을 받는지.

왜 육아에 대한 고민은 내가 더 하는지. 왜 반찬에 대한 고민은 내가 더 하는지. 왜 딸가진 부모라서 느끼는 불안감이 많은지.

남편과 같이 술에 취하더라도 왜 내가 더 비난을 받는지. 집안 일과 육아를 더 많이 하고 돈까지 벌어도 남편이 집안일과 육아를 도와준다는 이유로 왜 팔자좋다는 얘기를 들어야하는지... 아이 낳고 초반까지는 '왜'냐는 질문을 입밖으로 냈다. 그리고 점차 속으로 하다가 요새는 그마저도 잘하지 않는다.

체념을 하기도 했지만, 왜냐고 질문하기 보다는 상황을 조금 바꿔볼 방법이 없는지 궁리를 한다.

밝은 밤을 보고 바다에 가고 싶어졌다.

할머니집에 가고 싶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지 너무 오래 되었다.

현실과 동떨어져 바다에 며칠 있다보면 좀 더 좋은 방법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엄마와 언니와 셋이서만 바닷가에서 맛있는 거 먹고 아무 생각없이 파도에 발음 담그고 싶다.

꼭 작은 공을 가져가야지...

그리고 숙소에서 서로의 힘든 삶을 길고 길게 풀어내야지...

그러면 일상이 피곤한 우리 여자 셋의 피로가 풀릴 것같다.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속초 근처의 바다에서 우리의 밝은 밤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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