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 위의 노래(동네가수 이내)
등록일
20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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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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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잇는 길 위의 노래
동네가수 이내
자신을 굳이 ‘동네가수’라고 소개하는 이가 있다. 대부분 동네 사랑방 같은 작은 규모의 콘서트를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가수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여느 콘서트처럼 준비한 노래만을 부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그 이야기에 맞춰 떠오르는 노래들을 부르며, 가수 ‘이내’는 그녀만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사람들을 이으며 또 그렇게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Q ‘이내’가 본명인가?
본명은 ‘인혜’이다. 하지만 발음을 하다보면 이내가 되는데, 누군가 산허리에 낀 푸르스름한 안개나 구름을 이내라고 한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의미가 좋아서 그때부터 ‘이내’라는 예명을 사용하고 있다.
Q 가수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우연히 기타가 생겨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수가 되고 싶었다기보다는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한창 생각하던 시기였다. 기타를 3년 정도 꾸준히 연습했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가사를 써서 노래를 만들었다. 노래 만들고,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CD를 굽고, 친구 집들이나 동네 카페 1주년 파티 같은 데서 노래하고 만들어 온 CD를 팔고 그랬다. 모든 게 다 재밌어서 친구들과 놀이 삼아 한 것들인데, 그게 계속 쌓이다 보니 불러주는 곳이 생겼다. 신기하고 재밌으니까 부르면 가게 되고, 가면 친구가 생기고, 친구가 되니까 다음에 또 부르고, 친구가 친구에게 소개하고..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Q 노래가 가지는 의미라고 한다면?
노래를 시작하면서 음악이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라는 걸 알게 됐다. 노래는 분위기 전환, 쉬어갈 수 있는 마음, 또 사람의 마음을 녹여주는 역할을 한다. 스스로 음악가라고 생각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노래로 부르고 있다.
Q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라는 책도 출간하셨는데, 책에 대해 잠시 소개한다면?
동네가수 ‘이내’로 활동하면서 적은 이야기들이다. 작은 콘서트에서 만난 사람들, 또 그들과 함께 하며 느낀 이야기들을 원래는 여성신문 ‘일다’에 연재를 했었다.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라는 타이틀이었는데, 2년 반쯤 글을 썼던 것 같다. 그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어 낸 것이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 밖에’라는 책이다. 그러니까 2년 반 동안 내 삶의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Q 내 인생에 영향을 끼친 책을 꼽는다면?
20대에 읽었던 책이다. 사이토 미치오가 지은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는 책을 먼저 얘기하고 싶다. 일본에서 정신장애인 공동체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 ‘베델의 집’이라는 공간을 취재한 르포인데, 이 책을 읽고 가치관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정신장애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시각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최근에는 수나우라 테일러의 ‘짐을 끄는 짐승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추천하고 싶다. 장애운동가이자 동물운동가로 활동해온 작가가 장애를 가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비억압적 폭력을 동물의 영역까지 확장시키고 있는데, 비장애 중심주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던 책이다.
Q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시대를 사는 한사람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내가 뭐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한 예로 비건을 지향하는 것도 그 노력 중 하나이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독서의 가치란 삶의 변화와 이어지는 것인가?
그렇다. 책을 읽은 이후 달라진 삶을 살게 되는 것이 독서가 가지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은 이후에는 그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같다.
Q 영상에 비해 책이 가지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 경우를 얘기해 보겠다. 나는 언어적인 사람이다. 언어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언어로 소통하는 걸 좋아한다.
책은 영상처럼 즉각적이지 않다. 수고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쉽게 얻은 것은 또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책을 통해 얻은 가치는 서서히 달궈지면서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콘서트는?
최근에 가진 ‘밑줄 콘서트’이다. 충남 당진의 ‘오래된 미래’ 책방에서 열린 콘서트였는데, 참석하는 분들끼 미리 자신이 읽은 것 중에서 밑줄이 처져있는 책을 들고 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콘서트 당일에 각자가 밑줄 그은 부분을 읽고 함께 낭독한 다음, 답장 쓰듯이 노래로 나는 화답을 했다. 새로운 소통 방식이었는데, 나에게도 그곳에 함께 했던 분들에게도 색다른 감동과 의미로 다가왔던 시간이었다. 좋았다.
Q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하게 얘기한다면?
사람들이 자기 삶을 발견하고 사는 것을 최대한 응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다양성이 넘치는 삶, 저마다 고유한 다양성이 드러나는 삶, 그렇게 살고 그렇게 사는 걸 응원하는 길 위에 나의 노래가 있고, 나의 길도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살고 싶다.
“유명한 음악가가 되고 싶다거나 훌륭한 작품을 남기고 싶다거나 하는 어린 시절의 꿈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귀 기울여 들어주고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그렇게 곁을 지키는 사람들 속에서 계속해서 동네 가수로 남는 것, 그게 내가 꾸고 있는 꿈길이다”
이내 가수의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 밖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