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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매, 산지니처럼, 산지니가 되다!(산지니 출판사 강수걸 대표)

  • 등록일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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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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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

, 산지니처럼, 산지니가 되다!”

산지니 출판사강수걸 대표

산지니는 산에서 오래 자란 매를 의미한다. 사람 손에 길러진 매를 수지니라고 하는데, 굳이 이와 대비해서 산지니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거친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야성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가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한다.

도서출판 산지니는 그런 야성의 매와 많이 닮아있다. 책의 효용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게다가 출판사업 역시 서울을 지향하는 대세 속에서, 부산이라는 변방에서 버텨온 출판사 산지니의 여정은 흡사 매, 산지니와 비슷해서이다.

하지만 출판사 산지니가 그저 버텨온 것만은 아니다. 단순한 책 출간을 넘어, 지역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그 의미를 재해석하는 작업 뿐 아니라, 지역 기반 작가나 학자를 발굴해 꾸준히 책을 발간하는 일도 해왔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책 발간도 그런 작업 중 하나였다. 역사에 묻혀버린 독립 운동가 서영해를 찾아내고, 그를 알렸던 일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저항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도서출판 산지니의 정체성은 여기에 있다. 지역의 이야기를 하지만, 바로 그것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 산지니는 지역 출판사가 마땅히 걸어가야 할 길을 묵묵히, 그러나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왔다.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9 복사.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00pixel, 세로 3376pixel사진 찍은 날짜: 2021년 06월 14일 오후 3:43카메라 제조 업체 : SONY카메라 모델 : ILCE-7M3프로그램 이름 : Adobe Photoshop 22.4 (Windows)F-스톱 : 4.0노출 시간 : 1/160초IOS 감도 : 50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

Q 출판사 산지니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다. 일반인들에게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독립운동가인데, 어떤 분인가?

서영해 선생은 부산 출신의 독립운동가이다. 1902년 부산 초량동의 한약방 집 아들로 유복하게 태어났다. 3·1운동에 참여하면서 민족의식에 눈을 뜨고, 일본 경찰의 체포를 피해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임시정부가 있는 상하이로 망명했다. 소위 임정의 막내가 된 서영해는 임정 요인들의 권유로 미국보다는 유럽의 중심지인 프랑스로 보내어져서 불어에 매우 능통한 외교관이자 언론인, 문필가로 육성되었다. 서영해는 임정이 기획한유학생이자 독립운동가로 성장했으며, 20여 년간 유럽에서 임정을 대표한 유일한 외교관이었다. 그는 7개 언어를 구사했다. 그래서 미국에 이승만이 있었다면, 유럽에는 서영해가 있었다라는 유명한 표현이 나오게 되었다.

Q 서영해가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었음에도 국내에서는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는?

서영해 선생은 19475월에 귀국하기까지 27년을 해외에서 지냈고, 귀국 후에도 국내 체류기간이 16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그를 알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더구나, 1956년까지 상해조선인민인성학교에 교사로 근무한 후 북한으로 갔기 때문에 우리 학계에서 의도적으로 그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애써 외면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런데 저자인 정상천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서영해 선생을 발견하게 되었고, 우리 출판사와 함께 서영해 선생을 알리는 책 출간 작업을 하게 되었다. 책 출간 후 서영해 선생의 손녀가 거주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던 것도 의미 있는 일 중 하나였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는 현재 말레이시아로도 판권이 수출되었는데, 그곳에서도 반응이 아주 좋은 편이다.

Q ‘산지니2005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안다. 부산에서 출판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 같은데?

그렇다. 지역에서 출판업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름난 저자와 계약하기도 어렵고 서울지역 대형 출판사와의 영업 경쟁도 버겁다. 물류비용도 많이 든다. 출판 유통 시스템이 수도권 위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출판사 9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자극적이고 감각적인 단문에 길든 젊은 세대는 책 읽기를 점점 외면해 출판시장은 자꾸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특유의 장돌뱅이정신이 필요했다. 부산은 예로부터 상인들의 도시다. 무슨 뜻인가 하면, 좋은 물건을 찾고 그것을 적절하게 팔 수 있는 기질로 장애물들을 돌파해 나갔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부산이어서 가능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연구했고, 지역의 특성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Q 출판에서 지역성을 살린다는 것의 예를 든다면?

산지니가 최초 출간한 책이,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이다. 김대갑 작가의 책인데, 부산의 이곳저곳을 풍경, 문화, 역사 3부로 나눠 컬러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부산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외지인들은 부산을 좀 더 자세하고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우리 산지니 출판사 설립 목적에 맞춘 첫 책이었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소개하는 책도 있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부산의 독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책, 부산 지역 작가들과 작업하는 일 등을 꼽고 싶다. 때로는 지역 대학의 교수와 시민단체 등과 협업하기도 하고, 해외 판로를 개척해 세계에 우리 작품을 알리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


Q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일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

노하우 같은 건 없다. 동래 상인 장돌뱅이 정신으로 직접 가서 몸으로 부딪히는 것이다.(웃음) 각 나라에서 열리는 해외 도서전에도 자주 가고, 그러면서 그들의 관심사와 책을 읽는 취향들을 살펴보는 거다. 그러다보면 이 나라에는 이 책을 팔면 되겠구나~’라는 감이 온다.

대부분 대형 출판사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유리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아니다. 능동적인 생각과 마케팅이 필요하다. 지역의 소규모 출판사이지만, 산지니는 벌써 러시아, 베트남, 홍콩, 일본 등 여러 나라에 우리 책에 대한 판권 계약을 하고 책 출간을 했다.

Q 출판사까지 하게 된 걸 보면,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무척 좋아했던 것 같은데?

어릴 때 집 근처에 부전도서관이 있었다. 당시엔 도서관이 거의 없던 시절이라 운이 좋았다고도 할 수 있다. 부전도서관에 가서 자주 책을 읽었고, 대학에선 불교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사회과학 서적에 심취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창원에 있는 한국중공업에 입사했는데, 그때 살던 아파트에 마을도서관이 생겼다. 그곳을 자주 이용했고 아내는 자원봉사도 했는데, 마을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보면서 출판 기획 일을 생각하게 됐다. 결국 2004년 퇴사해 1년 정도 출판 관련 교육을 받고 2005년 출판사 산지니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Q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부산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담겨야 한다. 낙동강, 금정산과 관련된 문화 이야기, 1979년 시월의 부마항쟁의 역사 등. 부산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다양하다.

그래서 우리 부산 시민이 먼저, 부산에 대해, 부산의 책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이 타 지역으로까지 확장되기를 원한다. 대한민국 독서대전이라는 타이틀처럼 전 국민이 이 곳 부산에서 열리는 독서대전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든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그런 참여가 책을 통한 자기 성찰로까지 이어진다면, 더 할 나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