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릴레이
모순
등록일
2024-09-10
등록자
조*근
조회수
56
1. 팀 명 : 책먹는 완두콩
2. 팀 원 : 4명 (팀원 1 : lno7855 / 팀원 2 : supersandy / 팀원 3 : altaika / 팀원 4 : orca)
3. 도 서 명 : 모순(양귀자/쓰다/1998)
4. 요 약 :
제목 : 일관적인 인간의 모순성
나에게 개강이란 어서 왔으면 싶은 존재임과 동시에 최대한 늦게 오길 바라는 존재이기도 하다. 개강은 그간 연락했던 동기와 친구를 볼 수 있는 날의 시작이지만, 또다시 학업과 내가 맡은 여러 팀, 조직으로서의 임무에 시달려야 하는 날의 시작이기도 하다. 만약 나에게 개강이 어느 한쪽만을 포함했다면 나는 양가적 감정을 느끼지 않아도 됐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를 모두 포함하는 개강은 나로 하여금 감정의 모순을 유발한다.
개강이 다소 우습고 가벼운 예시라면, 이번에는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인간은 어째서 모순적인가? 우리는 왜 사소한 일에서부터 중요한 일에까지 모순적인 감정을 품으며 살아가는가? 우리는 양귀자의 소설 ‘모순’을 통해 이러한 질문의 해답을 얻지는 못한다. 그는 질문에 대한 상황의 예를 제공했을 뿐이다. 우리가 흔히 할 수 있는 행동을 지나, 인생 전체의 선택, 나의 존재가 걸린 선택에 이르기까지. 인상의 많을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각자의 모순이 어떤 식으로 삶에서 나타나는지 작가는 이 책으로 보이고 있다. 따라서 그의 책에서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는 없어도, 삶에서의 모순에 대한 생각의 갈피를 잡을 수는 있으리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하는 ‘모순’은 ‘어떤 사실의 앞뒤, 또는 두 사실이 이치상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이는 주로 대화의 맥락이 어긋나는 경우 발생한다. 무엇을 감추고 싶을 때 우리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사실을 말하지만 의도한 부분을 빼 버리곤 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우리는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상황을 기억해 말해야 한다.
철학적인 관점에서의 모순은 ‘두 가지의 판단, 사태 따위가 양립하지 못하고 서로 배척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모순』에서 김장우와 나영규에 대한 결정을 보류하던 안진진의 상황은 모순적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은 한 사람과 결혼하면 다른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장우와의 결혼과 나영규와의 결혼은 양립할 수 없다. 한쪽을 선택하면 반드시 어느 한쪽을 버려야만 한다.
세세하게는 안진진의 동생, 안진모의 행동도 모순적이다. 연인을 놓아주려는 말을 하지만 실상은 ‘밀당’을 통해 확실하게 잡아두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나의 거짓말을 수도 없이 되풀이하(247p)”는진모의 태세를 안진진은 간파한다. ”어쩌면 진모는 허구와 진실이 똑같은 비율로 배합된 자신만의 세계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293).” 진모를 향한 안진진의 마지막 평가다.
안진진의 부모 역시 모순적이다. 술에 취해 ‘부엌으로 가져왔어야 할 접시를 미친듯이 벽에다 내던지(85p)’는 아버지와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는 부드럽고 생각이 깊은 사람(87p)’이었던 아버지의 모습. 술에 취해 본성이 드러난다고 해서 맨정신인 아버지의 모습을 가짜로 치부할 수는 없다. 안진진에게 아버지는 ‘부드러운가 하면 사나웠고, 따뜻한가 하면 당장 차가웠으며, 웃고 있는가 하면 순간적으로 폭포수같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92p)‘이었다. 안진진에게 아버지라는 인물은 완벽하게 모순적인 존재였다.
안진진의 삶은 모순이다. 가출한 아버지를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그리워하는 모순, 어머니의 삶을 동정하면서도 자신의 이모를 동경하는 모순, 동생 진모의 얕은 태세를 간파하지만 언제나 그대로 두고 마는 모순, 자신에게 놓인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하는 모순. 비단 안진진의 삶만이 모순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안진진은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았고, 행동으로 옮겼다.
모순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선택이다. 우리가 모순에 빠지는 이유는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면서 발생할 손해가 두려워 우리는 선택을 보류하고 미룬다. 안진진은 선택했다. 자신의 어머니를 부러워하던 이모의 선택을 목격하고도 안진진은 선택했다.
“모든 사람에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런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296p)."
우리는 삶 속에서 다양한 이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삶의 조언을 듣거나 비슷한 선택의 결과를 듣는다. 그러나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296)‘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전하는 쪽도, 전해듣는 쪽도. 선택하고 나아가 경험한 것은 모두 나의 경험이 된다. 마찬가지로 하지 않은 다른 선택에 대한 후회 역시 나의 경험이 된다.
후회가 많다는 것은 선택을 했음의 방증이다. 단순히 오늘 밀린 일을 오늘 끝낼지 내일로 미룰지부터, 소설 속 안진진처럼 누구와 결혼해 가정을 꾸릴지까지. 우리가 선택을 할수록 우리에게는 후회가 남는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모순이 아닐까. 그 후회를 그러모아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때, 우리는 이것을 비로소 경험이라 칭하는 건 아닐까. 모순의 서평을 마친다.
후회가 많다는 것은 선택을 했음의 방증이다. 그렇죠. 모두 스스로가 선택함에서 파생된 감정과 생각들일테죠. 잘 버텨내는 것이라는것도 사실 모순적인 표현 같습니다. 내가 선택했으면 믿고 즐겨야할텐데요.
모순이 생기는 이유는,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것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틀렸다는 것을 알지만, 맞다는 것을 알지만, 이 모든 생각으로 모순이 시작되는 것을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