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릴레이
선량한 차별주의자
등록일
2024-09-08
등록자
정*이
조회수
53
1. 팀 명 : 책먹는 완두콩
2. 팀 원 : 4명 (팀원 1 : lno7855 / 팀원 2 : supersandy / 팀원 3 : altaika / 팀원 4 : orca)
3. 도 서 명 :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창비/2019)
4. 요 약 :
차별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차별을 반대하는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미세차별을 하고 있다는 점.
그런 내용을 시작으로 대한민국의 차별에 대해 일목요연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다.
특권이라는 것은 대게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백인이나 남성의 신체로 살아가는 동안 나의 의도나 노력과 무관하게 펼쳐지는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고 당연하고 정상적인 조건이자 경험이기 때문이다.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깊이 생각해볼 이유가 없다. 분노, 두려움, 당황, 초조함과 같은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다. 특권을 가졌다는 신호가 있다면 큰 노력 없이 신뢰를 얻고,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들이다.
특권을 알아차리는 확실한 계기는 그 특권이 흔들리는 경험을 할 때이다. 또는, 본인의 위치가 그대로여도 사회의 변화로 인해 특권이 감지되기도 한다.
평등은 제로섬 게밍이 아니다. 상대의 이익이 곧 나의 손실이 아니다. 평등을 총량이 정해진 권리에 대한 경쟁이라고 여긴다면, 누군가의 평등이 나의 불평등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사실은 상대가 평등해지면 곧 나도 평등해지는 것이 더 논리적인 추론인데도 말이다.
구조적 차별은 차별을 차별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미 차별이 사회적으로 만연하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어서 충분히 예측 가능할 때, 누군가 의도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차별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생긴다. 차별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불이익을 얻는 사람 역시 질서정연하게 행동함으로써 스스로 불평등한 구조의 일부가 되어간다.
'김치녀'와 '한남충' 논쟁은 단순한 언어 사용의 문제를 넘어서는, 더욱 심층적인 사회적 성차별 구조의 지각 변동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역사적으로 억압되었던 집단이 평등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은 반복된다. 기존의 억압을 유지하기 위한 비하성 언어와 기존의 권력에 맞서기 위해 등장하는 비하성 언어가 대립하는 것이다. '둘 다 잘못'이라는 양비론으로 접근해서는 이 난제를 풀 수가 없다. 불평등을 철폐하려는 힘과 유지하려는 힘 사이의 첨에한 긴장 속에서 사회가 평등의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명확한 관점을 가져야 한다.
거리는 중립적인 공간인 듯 보이지만 그 공간을 지배하는 권력이 존재한다. 익명의 다수가 시선으로써, 말이나 행위로써, 혹은 직접적인 방해나 법적 수단을 통해 그 거리에 어울리지 않는 불온한 존재들을 단속하는 데 동참한다.
여성으로서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부르짖으면서도, 나는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나? 나 역시 내가 행하는 차별의 피해자에게 있어서는 주류의 위치에서 그들을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가?
진심으로, 모두가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서평다운 서평을 읽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책에서 파생된 한 사람의 글만으로도 이렇게 생각할 거리들이 둥실 떠오르네요. 문장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고 꽉 차게 다가옵니다. 읽어보고싶어지는 책입니다.
과연 내가 미세차별까지 분간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게 왜 차별인지, 그것으로 누가 피해를 입는지도 알아야 하니까요. 어디까지가 차별인지 차별이 아닌지를 알기란 세세하게 들어갈수록 그 정의와 경계가 모호한 듯해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