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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책, 그 너머 사람을 보다!(맨발동무도서관 김부련관장)

  • 등록일

  •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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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조회수

  • 302

, 그 너머 사람을 보다!”

맨발동무도서관 김부련 관장

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그리고 이웃과 이웃을 이어줄 수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싶다. 부산 북구 화명 2동 어느 골목 안쪽 길에 위치한 맨발동무도서관처럼 말이다.

맨발동무도서관은 화려한 외관을 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한 두 층 계단을 올라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은 달라진다. 낮게 배열된 책장과 그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책과 따뜻한사람 냄새. “힘들었죠? 잠시 여기서 우리, 마음을 쉬어요~” 마치 이렇게 얘기하는 듯 한 친구 같은 책 공간이다.

그저 단순히 책만 빌리는 곳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고, 또 그 이야기를 나누며 들어주는 이들이 있는 곳, 맨발동무도서관.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개관 준비부터 지금까지, ‘맨발동무도서관을 사람과 이웃, 그리고 마을 공동체와 연결시키기 위해 함께 해 온 김부련 관장이 있었다.

Q ‘맨발동무도서관이름이 특이한데, 어떤 의미인가?

맨발동무라는 이름은 권태응 시인의 맨발동무라는 시에서 따왔다. '개울에서 놀다가 맨발로 찰방찰방 와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실제로 아이들이 놀이하듯 이곳을 찾기를 원하는 소원이 있고, 또 누구나 편하고 자유롭게 이용하는 마을의 사랑방 같은 책 공간이 되고 싶은 바람을 담았다.

Q ‘맨발동무 도서관이 생기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맨발동무도서관이 올해로 벌써 17년이 되었는데, 우리 도서관이 생기기전에는 화명과 인근 금곡지역에 도서관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도서관을 가려면, 구포나 만덕까지 나가야 했다. 버스를 타고 또 30분을 걸어서 아이들과 함께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때 마침,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 공간이 도서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치가 되었다. 그래서 20057월 맨발동무도서관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 공간이라는 취지였기 때문에 어린이 도서관으로 개관을 했다. 그러다가 지역 주민 전체로 이 공간의 의미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201111월 사립공공도서관 맨발동무도서관으로 재개관했다.

Q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도서관이면 재정적인 어려움이 클 것 같은데?

그렇다. 시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도서관을 운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맨발동무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이다. 공공성의 원칙이라고 해서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또 이것은 지역주민이 어떤 프로그램이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참가비로 문턱을 높이고 싶지 않다는 우리 도서관의 취지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도서관 운영에 대해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도서관은 전체 운영비의 50%이상이 지역주민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민단체 조직이 43%이상 후원이 이뤄지면 대단하다고 하는데, 맨발동무도서관이 50% 지역주민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한 조직이라는 증거다.

나머지는 외부 기획 사업들을 진행해서 충당하고 있고, 또 소소하게 마을 장날을 연다거나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지역 주민들의 프리마켓 수익금 일부를 후원받기도 한다.

Q 지역주민 50%이상의 후원이 이뤄지는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후원자들 대부분이 십시일반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책 한권 값 정도? 그건 이곳 맨발동무도서관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후원자가 되었다는 뜻인데, 그만큼 도서관 이용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도서관은 이곳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집중한다. 지역주민들 누구나 쉽게 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책 뿐 아니라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과 성장의 기회를 주고자 애를 쓰고 있다. 또 이용자의 욕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정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노력들이 주민들의 마음에 남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Q 맨발도서관만의 특징이 있다면?

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민들과의 수평적인 배움과 성장이 맨발도서관의 중요한 원칙이다. 그래서 참여하는 이용자들 역시, 주체이고 생산자라는 적극적인 생각을 가지고 참여한다.

또 매일 오후 4시가 되면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는 시간을 가진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진행되는데, 그 시간에 도서관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이런 활동을 통해 맨발도서관은 책 읽는 곳, 즉 본질에 충실한 도서관이라는 이미지를 이용자들이 갖게 되는 것 같다.

세대별, 성별 동아리 모임도 활동도 활발하다. ‘봄 날이라는 시니어 동아리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함께 모여서 책을 읽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토론하는 동아리, 책을 매개로 수공예품을 만들어서 마을에 기증하는 동아리도 있다. 많을 때는 19개 동아리가 활동하기도 하는데, 올해는 14개 모임이 지금 활동 중이다.

그리고 사립도서관이 가지는 가장 큰 특색일 수 있는데, 책 너머 사람을 만나는 일을 맨발동무도서관은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도서관 밖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도 있다. 마을 지역주민이고 우리들의 아이들이다보니, 도움을 청하는 청소년을 돌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또 요즘과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마을의 방역과 소외 문제를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을 이용하던 주민들이 코로나 사태로 올 수 없게 되면서, 도서관 밖에서의 삶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찾아가게 된다. 이것이 공공도서관과 구별되는 큰 차이점이다.

그러니까 맨발동무도서관은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마디로 지역사회에서의 커뮤니티, 플랫폼, 돌봄의 기능, 수평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Q 어떻게 해서 맨발동무도서관 개관에 참여하게 되었나?

아이가 5살 때였던 것 같다. 잘 키워야겠다는 고민을 하다 보니, 공동육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 공동육아를 하던 곳이 이 곳 화명동이어서 이사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 그 해, 도서관이 개관을 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는 직장 생활을 할 때라서 자원봉사로 조금씩 활동을 했는데,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결국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사회 환경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래서 200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가로 참여했다.

맨발동무도서관 관장은 올해 5년차이다. 3대 관장인데, 지난해 4년차 임기를 마치면서, 올해부터는 관장은 누구나 하면 좋겠다는 것에 합의를 했다. 그래서 활동가들이 1년씩 돌아가면서 맡기로 했는데, 그 첫해를 하고 있는 셈이다.



Q 책과의 인연이 남다를 것 같다.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을 꼽는다면?

책은 내 인생의 마디마디를 이어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대한민국 독서대전 책 캐리어 컬렉션에서 나는 마디마디라는 주제로 책을 선정해 담았다. 인생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지날 때마다 나에게 영향을 준 책들을 골라 캐리어에 담은 것이다.

그 작업을 하며, 잠시나마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 때 읽었던 책들을 다시 펼쳐보며 뭔가 내 삶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마음은 나 뿐 아니라, 책 캐리어 컬렉션에 참여한 분들이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들이다.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들에는 지나온 시간의 고민과 흔적이 그대로 묻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단 몇 권으로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을 꼽기는 쉽지 않지만, 10대 내 마음에 남은 책은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지금은 김한민 작가, 김상아 작가 등의 책이 생각의 전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Q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는 지금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상황을 어쩔 수 없이 겪고 있다. 이처럼 인생에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위기를 만날 때가 있다. 그때 우리 스스로 딛고 일어 설 수 있는 힘, 책으로부터 그 길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십대 때 어린왕자나 데미안을 읽으며, 그런 힘을 찾았던 것처럼 말이다.

책 속에 나를 잠시 숨기면서, 그 다음으로 나갈 힘을 찾는 것. 책 한권으로 누구나 그런 성장이 일어났으면 좋겠고, 또 책을 통해 재미있는 일도 경험했으면 좋겠다.

‘2021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그런 일들이 일어나도록 함께 힘을 모은 것이다. 이 행사를 계기로 대한민국 곳곳에 책을 통한 성장과 치유, 웃음이 피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