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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호밀밭만이 할 수 있는, 바로 그 얘기를 담아.(호밀밭 출판사 장현정 대표)

  • 등록일

  •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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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9

호밀밭만이 할 수 있는, 바로 그 얘기를 담아.

출판사 호밀밭장현정 대표

시대의 아픔을 온 몸으로 노래하는 노래패 꽃다지당부는 이런 가사로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 그때엔 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 했지.. 인간이 인간으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함께 했지..“

출판사 호밀밭을 들어서는 순간, 엉뚱하게도 생각났던 당부라는 노래. 그 노래가 떠올랐던 건, 노래와 책이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는 젊음이 그대로!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 있는 것처럼, 그렇게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4 복사.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00pixel, 세로 3376pixel사진 찍은 날짜: 2021년 08월 13일 오후 5:35카메라 제조 업체 : SONY카메라 모델 : ILCE-7M3프로그램 이름 : Adobe Photoshop 22.4 (Windows)F-스톱 : 4.0노출 시간 : 1/160초IOS 감도 : 800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Q 개인 이력이 독특하다. 록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을 했던데, 어떻게 해서 출판사 대표가 되었나?

서울에서 프로 밴드 생활을 시작한 1년 정도 됐을 때였던 것 같다. 이 일을 평생 하진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의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게 어느 순간부터 너무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했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그래서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는데, 하지만 평생 하려던 음악을 안 한다고 생각하니 공허했다. 그 공허한 마음을 달래준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홍대에서 음악 할 때도 책은 많이 읽는 편이었지만, 부산으로 내려와서는 작심하고 수영구도서관에 틀어박혀 하루 4~5시간씩 독서를 했다.

그렇게 지식을 습득하는 재미가 생겼는데, 그러다가 부경대 전경갑 교수님의 현대와 탈현대의 사회사상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을 읽고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교수님께 연락해서 학교로 찾아갔다. 그것이 계기가 돼서 이후 3개월 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열심히 공부 한 끝에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2008.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읽고 쓰는 일을 계속 할 거라면 출판사를 가지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호밀밭을 열었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1,3.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61pixel, 세로 1020pixel사진 찍은 날짜: 2021년 08월 13일 오후 5:36프로그램 이름 : Adobe Photoshop 22.4 (Windows)EXIF 버전 : 0231

Q 출판사 호밀밭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작품,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따 온 이름인가?

그렇다. ‘호밀밭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질문해주신 것처럼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누구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란 의미가 있다. 내가 진심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 다른 그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고 어떤 책이라도 펴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또 소설 중에 호밀밭에서 뛰어놀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 세상과 만나게 된다라는 구절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참신한 신인 저자들을 많이 발굴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두 번째는 호밀의 기능이다. 호밀은 땅의 지력이 다했을 때 지력을 되살리기 위해 심는 작물이다. 호밀을 몇 번 심었다가 수확하는 사이 지력이 회복되어 이후 다른 작물들을 심어도 수확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문화적 시도를 겁내지 않고 우리 사회의 호밀같은 역할을 해보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Q 출판사 호밀밭은 어떤 출판사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출간된 책의 특징들도 함께 소개한다면?

호밀밭은 한국 사회의 삶이 지니는 경로나 양상이 너무 획일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좀 더 다양하게 인간과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관점과 태도를 소개하고 기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가 사회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문화, 노동, 젠더 등 인문사회 분야 책을 주로 기획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아직 인문사회 분야 책이 주이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들로 인사드리겠다.

Q 그렇다면 출간을 위해 작가를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가?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그 작가이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스토리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밴드 리더십을 출판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전에 밴드 활동을 할 때, 한 명의 멤버가 빠지게 되면, 그 자리를 다른 멤버로 채워야 하는데, 그런 대처가 맞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사람만이 가진 독특함, 또 그런 고유함이 어우러지는 데는 함께 지내온 시간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출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책도 그 사람만이 얘기할 수 있는 스토리에 주목하는 편이다. 그래서 기성 저자보다는 한 번도 자신이 저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삶의 경험이나 태도가 독특하다면, 꼭 저자로 함께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5,6.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61pixel, 세로 1020pixel사진 찍은 날짜: 2021년 08월 13일 오후 5:37프로그램 이름 : Adobe Photoshop 22.4 (Windows)EXIF 버전 : 0231

Q ‘호밀밭이 지역에서 가지는 출판사로서의 정체성을 얘기한다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현장성과 다양성이다. 지역에 있다 보면, 수도권과 달리 훨씬 더 현장 중심으로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발전시킬 수 있다. 다른 분야의 저자들이나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좁은 책상에서, 혹은 미디어를 통해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저작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리하는 것이 바로 현장성이다.

또 다른 하나는 고유성이다. 단순히 하나의 시선으로 보면,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에서는 이미 검증이 완료된 저자 중심이나, 외국 트렌드를 소개하는 것 위주로 흘러가는 것 같다. 하지만 여러 면으로 보았을 때는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지역에서, 그 지역만이 가지는 고유성을 토대로 새롭고 참신한 시도가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7,8.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61pixel, 세로 1020pixel사진 찍은 날짜: 2021년 08월 13일 오후 5:38프로그램 이름 : Adobe Photoshop 22.4 (Windows)EXIF 버전 : 0231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9,10.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3061pixel, 세로 1020pixel사진 찍은 날짜: 2021년 08월 13일 오후 5:39프로그램 이름 : Adobe Photoshop 22.4 (Windows)EXIF 버전 : 0231

Q 영상과 SNS가 주류인 이 시대에,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이 주는 유익을 소개한다면?

현대인들은 불안하다. 삶의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 그 배경에는 매체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과 SNS 속도가 얼마나 빨라지고 있는가? 그 속도에 어느덧 지배당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책은 스스로 빠르기를 조절 할 수 있다. 속독으로 빠르게 읽기도 하지만, 대개 천천히 뜻을 생각하면서 속도를 조절해서 읽는다. 그리고 때론 나를 붙드는 글귀 앞에서는 멈추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의 속도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유 없이 빠르고, 또 그 속도감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는 현대인에게 책만큼 좋은 완화제는 없다고 본다. 예를들면 나는 기분이 안 좋을 때 책을 읽는다. 10페이지 정도 읽다보면 감정도 가라앉고, 기분도 나아진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게 된다.

또 앞으로 책이 가지는 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무슨 얘기인가 하면, ‘책 읽는 사람들의 가치와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한 예로 지금 미국 10대들에게 가장 힙한 문화는 책을 읽고, 그 모습을 SNS에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10대들이 우리나라 독서대전과 같은 독서행사에 비행기를 타고 가서 참여하고 있는 추세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영상이나 SNS가 발달될수록 책과 책을 읽는 사람의 가치는 더 고급스러워질 것이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2 복사.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00pixel, 세로 3376pixel사진 찍은 날짜: 2021년 08월 13일 오후 5:35카메라 제조 업체 : SONY카메라 모델 : ILCE-7M3프로그램 이름 : Adobe Photoshop 22.4 (Windows)F-스톱 : 4.0노출 시간 : 1/160초IOS 감도 : 4000색 대표 : sRGB노출 모드 : 자동35mm 초점 거리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하게 얘기한다면?

오는 97일 온라인 플랫폼 호두를 오픈 할 예정이다. 호두는 출판사 호밀밭두두를 합친 이름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행사나 모임을 가졌는데, 코로나 이후 그런 형태는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호두라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책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공유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도 계속적으로 형성해 갈 예정이다.

** 이 글은 장현정 대표의 인터뷰와 대표의 요청으로 출판N 8월호 인터뷰도 참고해서 작성되었습니다.